첫눈
첫눈
제목 : 첫눈
분류 : 책
작자 : 미상
내용
#1
하리하라 대륙을 평정한 파비트라 대여제는 큰 공을 세운 네 명의 장군에게 '군주'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군주의 칭호를 받은 장군들은 모두 이슈바라 백성들에게서 큰 인기를 누렸는데, 네 군주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인물은 바로 류이진이었다.
류이진의 절친한 친구이자 이슈바라의 고위 관료였던 핫세르에게는 아름다운 세 딸이 있었다.
주변을 압도하는 출중한 미모 덕분에 하슬라의 사람들은 핫세르의 세 딸을 '이슈바라의 세 꽃'이라고 불렀다.
#2
이슈바라의 세 꽃이라 불리는 아리따운 세 자매는 뭇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하며 입에서 입으로 회자 되었다.
아름다운 꽃 주변에 벌이 많이 모이듯이, 이슈바라 사교계에서는 세 꽃에게 구애하는 남성이 매우 많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 어떤 남성도 선택하지 않았다. 세 꽃의 가슴에는 이미 마음을 훔쳐간 남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슬라 최고의 미녀로 회자되는 세 꽃이 사모하는 남성은 바로 이슈바라의 네 군주 중 한 명인 류이진이었다.
#3
세 자매는 서로가 모두 류이진을 사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평소 우애가 깊었던 세 자매는 서로를 연적이라는 이유로 시기하며 싸우지 말고 공정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한 명만이 류이진에게 마음을 고백하기로 약속했다.
세 자매는 서로 동시에 손에 봉숭아 물을 들였는데, 첫 눈이 올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 물이 남아 있는 사람이 류이진에게 마음을 고백하기로 합의했다.
#4
가을 수확이 한참 이루어지고 있을 무렵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류이진이 군대를 이끌고 당당하게 이슈바라로 귀환했다.
많은 여성들이 류이진과 그의 뒤를 따르며 당당하게 개선하는 군사들을 향해 꽃잎을 뿌리며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세 자매는 승전한 류이진을 축하하자며, 합심해서 각 지방에서 올라온 품질 좋은 곡식으로 요리를 만들어 류이진을 대접했다.
지엄한 신분을 지닌 대갓집의 딸들이 직접 나서서 승전한 장수를 대접하자
이를 본 민중들은 모두 저마다 자신들이 수확한 수확물 중 가장 품질이 뛰어난 수확물로 정성스럽게 요리해
전쟁에 참여했던 병사들을 대접하면서 한바탕 축제를 벌이기 시작했다.
#5
축제가 끝나고 깊어진 가을이 저물어갈 무렵, 평소보다 일찍 이슈바라에 눈이 내렸다.
세 자매의 손톱에는 모두 그때까지도 봉숭아 물이 남아 있었다.
승부를 가리지 못한 세 자매는 자신이 경쟁에서 이기길 열망하는 마음 때문에 마음 속에서 서로를 시기하는 마음이 생겼던 사실을 고백했다.
우애가 깊은 세 자매는 신께서 자신들의 형제애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기 위해 류이진을 동시에 사모하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며,
셋 모두가 류이진에 대한 연심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그해 겨울 세 자매는 기적처럼 운명의 상대를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게 됐다.
첫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봉숭아 물이 남아 있던 세 자매 모두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이 소문이 이슈바라에 퍼지자 많은 여성들이 운명의 상대를 기다리며 추수가 이루어질 무렵에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게 됐다.
#6
이슈바라의 여성들은 마음에 드는 남성을 만났을 때 이렇게 말한다.
어서 빨리 첫눈이 내렸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