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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기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양을 업데이트 하는 소설입니다. 퇴고도 대충 하고 올리는 경우가 많기에, 비문이나 오타 등에 대해선 감수를 하고 읽어주셔야 합니다. 퇴고가 완벽히 끝난 버전은 팬아트 게시판에 게시됩니다.
  • 이 소설은 RP TEAM [바람 발자국] 멤버들의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를 차용한 소설입니다. 아키에이지 연대기 원본에 없는 인물, 단체,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천개의 눈]은 2천년 전, 최초의 원정대가 매의 집에 거처를 두고 있을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초의 원정대가 등장하거나 관련 사건이 언급되진 않습니다.


- 천개의 눈 - 03


그런 생각까지 미치자,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욱하는 감정이 치솟기 시작했다. 벨라트릭스 사서? 흥, 그년이 대체 뭔데. 도서관이 그래선 안된다는거, 자기도 사서 교육 때 몇 번이나 강조해서 들었을거 아냐. 그런 불평이 절로 입에서 솟아나왔다. 물론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게 홀로 읊조리는 수준이었지만, 괴악한 6서고의 환경에서도 즐겁게 일하는 그녀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다울지도 몰랐다. 신념의 문제란 그런 것이니까.

쉬프렌 사서가 다시 한 번 곰곰히 자신의 생각을 되짚어봤다. 벨라트릭스 사서의 평소 행실, 업무 처리 방식부터 결과까지. 그녀는 최선을 다해 벨라트릭스 사서의 흠을 잡아보기 위해 거듭 생각을 반복했다. 대충 그녀의 흠을 잡고, 그것을 지금의 미반납 사태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과 연관지어 찔러본다. 그렇게 한다면 그 깐깐하고 차가운 벨라트릭스 사서라도 무거운 발을 손수 옮겨주시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나 하나 되짚었다. 일처리... 깔끔했다. 그녀는 유능한 사서였고, 적어도 그녀가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선 한 톨의 흠도 보이지 않게 일을 딱딱 해내었다. 그녀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정말 그녀의 권한 밖의 일일 뿐이었다. 이건 도움이 되지 않아. 애초에 되는 일이었다면 벨라트릭스 사서의 성격상 이미 책을 찾아줬겠지. 다음은 성격... 좋은 성격이라곤 말할 수 없었으나 문제되는 성격도 아니었다. 위대한 도서관에 아찔할 정도로 높이 쌓인 책의 수만큼, 사서들의 성격 역시 다양했으니까. 그녀는 문제를 일으킬 만큼 모난 성격도 아니었다. 단지 너무 차갑고 깐깐하고 똑 부러졌을 뿐이었다. 이건 문제라 볼 수 없었다. 다르긴 해도 틀리진 않은 것이니까. 행동과 몸가짐 부분은 찌를 구석조차 없었다. 벨라트릭스 사서의 세련된 말투와 행동, 예법을 철저히 지키는 몸가짐은 교본과도 같았으니까. 여긴 포기해야했다.

결국 남는 부분은 단 하나, 윗 권위를 끌어다 사람을 사정없이 찍어 누르는 부분. 이번의 미반납 사태도 결국은 윗 권위와 관련된 문제였다. 높으신 분들이 빌려갔으니까, 라는 말도 안되지만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논리로 소녀도, 쉬프렌 사서도 사정없이 찍어 누른 사실.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호소한다면, 운이 좋다면 그녀에게 항복 선언을 받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르리라.

쉬프렌 사서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이것은 결국 원칙과 현실의 싸움이라는걸. 하지만 그녀는 원칙을 준수했고, 그것이 가지는 권위와 공익, 당위성을 믿었다. 설령 그 잘난 "높으신 분"들이 자신을 위협한다 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여기는 델피나드고, 6서고는 모든 이에게 열린 위대한 도서관의 일부였다. 일개 귀족이나 사제따위가 위대한 도서관의 사서인 자신을 해할 수 있을린 없으리라. 결국 최악의 경우라도 좌천 정도리라. 게다가 자신은 이미 모두에게 최고의 좌천 장소라 알려진 6서고에 소속되어 있는 상태 아닌가? 잃을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자신의 신념을 향해 달려가는 것 뿐이었다. 해낼 수 있어. 해보는거야.

분주히 정리하던 손을 잠시 멈추고,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로비가 바로 보이는 위층 계단으로 오르는 벨라트릭스 사서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바로 오늘. 결심이 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자신이 생길지 몰라. 그렇게 생각했다. 쉬프렌 사서의 손이 더욱 바삐 움직였다. 해가 모두 지기 전에 그녀의 앞에 서야만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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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눈 - 02] -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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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르의 무대] -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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